*스포일러 주의
2001년도인가 처음 읽고 15년이 지나서 두 번째로 읽었다.
제 5 도살장은 미군 포로 주인공 빌리 필그림이 제2차 대전 때 독일 드레스덴에 포로로 갇혀있었던 건물 이름이다. 그는 폐 도살장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이 때 미군이 비행기로 드레스덴을 폭격하여 화성이나 달처럼 아무도 없이 폐허가 된 드레스덴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이 드레스덴 폭격을 사건의 중심에 놓고 여러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소설에서 빌리 필그림은 시간 여행자인데, 눈 깜빡하면 다른 시기의 그로 돌아간다. 2차 대전 때 포로로 있던 이야기, 전쟁이 끝난 뒤 부유한 검안사로 살아가는 이야기, 트라팔마도어인(외계인)에게 붙잡혀서 다른 여인(몬타나)과 같이 외계인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이야기가 시간 여행이라는 형태로 지그재그로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보니거트는 혐오스러운 인간을 혐오스럽게 잘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 소설 초반에 빌리 필그림은 군 내부의 목사 조수로 등장한다. 그는 다른 3명의 미군과 함께 전장에서 낙오가 되는데, 그 동료 중에 로날드 위어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비리비리한 빌리를 업신여기며 다른 두 명의 낙오병들과 함께 스스로 삼총사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친해지려고 하는데, 다른 두 명은 로날드 위어리를 끼워주지 않고 그들끼리 길을 떠난다. (나중에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죽음) 로날드 위어리는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한자에게 잔인하고 악한 습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빌리 때문에 삼총사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고 빌리를 죽도록 패는데 빌리가 맞아 죽을 뻔한 순간 독일 군인에게 발각되어서 빌리는 목숨을 건진다. 위어리는 이후 포로 수용소로 이송되는 기차에서 병에 걸려 죽는다.
로날드 위어리 나오는 부분에서 소설의 긴장도가 가장 높았으나 그가 죽고 나면 소설의 긴장도가 떨어졌다. 그 이후 포로 수용소에서 의외로 더 잘 먹고 잘 지낸다. 포로 수용소에서 영국인 포로들이 지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무슨 이유인지 영국인들은 포로가 아니고 손님처럼 잘 먹고 잘 지낸다. 그리고 미국인 출신 나치도 등장하는데, 카우보이처럼 입고 나치 마크를 달고 있다. 소설의 말미에 드레스덴에 폭격이 쏟아지고, 드레스덴 도시는 마치 미지의 행성처럼 표면에 황무지가 된다. 폭격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빌리는 포로 감시원 두 명과 같이 마차를 타고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데, 그 장면은 매우 평화롭게 묘사되어있다. 빌리의 말에 의하면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한다.
독자로서 다행히도 빌리 필그림은 검안사 학교의 이사장(?) 교장(?)의 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매우 부유하게 잘 살고 자식들도 잘 성장한다. 그러다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데, 그 이후에 약간 정신줄을 놓게 된다.
그는 트라팔마도어인에게 납치를 당하는데, 거기서 같이 납치당한 아름다운 지구 여인 몬타나를 만난다. 그 둘은 외계인이 보는 중에 교미를 해야했다.
지구로 돌아온 이후 그는 입원했던 병원 옆 환자가 읽고있던 킬고어 트라우트의 SF 소설 속에 자기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퇴원 후 그 작가를 찾아간다. 킬고어 트라우트는 정말 안 팔리는 소설의 작가인데, 생계를 잇기 위해서 신문도 발행하고 어린이들을 고용해서 신문 배달도 시킨다. 킬고어 트라우트 나오는 부분은 다니엘 클로우즈의 만화들 세계처럼 냉소적이고 유머스럽다.
현실 축에서의 제일 마지막 이야기는 그가 미쳐서 라디오 방송국의 토론 패널로 속이고 참가했다가 횡설수설후 쫓겨나는 부분이다. 그는 그 전에 포르노 잡지를 파는 서점에 가는데, 거기서 몬타나의 누드 화보를 발견한다. 이 부분은 일종의 반전이다. 빌리의 시간 여행이 소설 속에서는 진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소설 속 현실에서도 트라팔마도어인 이야기는 빌리가 미쳐서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고, 트라팔마도어인에게 납치 당해서 교미를 했던 여인 몬타나는 결국 포르노 잡지 속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소설 전반에 반전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드레스덴에 있는 독일인은 오히려 순박하고 평화로운 사람으로 그리고 미군의 드레스덴 폭격은 했어는 안 될 끔찍한 일로 그려지고 있다.
'드레스덴 폭격의 트라우마를 평생 간직하다가 미쳐 버린 남자'의 이야기로 소설의 요약하자면 '국가와 자본가의 폭력을 당한 남자가 미쳐서 자본가에 복수하는' 우리나라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어떤 유사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랑의 명곡 '욘욘슨'의 가사는 이 소설에서 따왔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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