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과거가 내 발목을 잡아

아이폰이 고장이 나서 새 제품으로 교환받았다. 아이폰을 최초로 사용하면 '새 아이폰으로 쓸까요?' '예전 아이폰 설정을 불러올까요?' 라고 물어본다. 항상 과거는 훌훌 벗어버리고 새 인생을 살고자 하지만 인간이란 과거의 포로인지 결국 다시 '예전 아이폰 설정을 불러왔다.'

예전에도 핸드폰은 한 사람의 생에 대한 정보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기기이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개인용 전화기가 한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가 더 커졌다. 메일과 연동하면서 대학원의 학사 일정, 각종 공부 자료, 숙제들도 메일에 들어있고, 소중한 사람들과 주고 받은 메세지들, 찍은 사진들, 내 인간 관계들....

그런데 핸드폰이 없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버스에서 신경증 환자처럼 5분 간격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보는 일도 없어졌고, 귀찮은 스팸 전화도 없고...일 시키는 메일도 없고. 오늘 학교 가야하지만 폰 고친다고 학교도 안갔다.

지금 내 아이폰은 설정 복원 중이다. 남은 시간이 1시간. 1시간 이후면 다시 나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1시간 가량만 과거가 없는 남자처럼 지내보자.

2012년 5월 13일 일요일

하루 만날 수 있는 사람 수의 양

낮에는 대학원에 가고 저녁에는 프로그래밍 학원에 가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제일 힘든 것은 사람을 평소의 2배로 만나는 것인데, 내가 그리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이게 꽤나 힘든 일이다.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벌써

5월 12일이구나.  이번 주 금요일에 마감인 논문이 있고, 토일 양일간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수업이 있구나.

아이폰 프로그래밍 숙제를 고생해서 완료했더니 엉뚱한 숙제를 했다. 롤링 스톤즈 앨범들을 듣고 있다. 롤링 스톤즈가 좋은 것은 비틀즈와 달라서. 비틀즈를 흉내냈다면 롤링 스톤즈는 오늘날 알려진 것만큼 대단한 밴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안선생님의 용기를 주는 말씀: "공포 영화도 귀신이 나오기 전이 무섭지 나오고 나면 안무섭잖아요. 사업을 시작해서 닥치면 다 하게 돼있습니다."

2012년 5월 1일 화요일

술 취한 날

오늘은 회사를 그만 둔 친구를 만났다. 회사에서 대단한 업적을 세운 친구인데 어쩌다가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다. 친구는 친구대로 아쉬운 점을 내게 토로했다.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그 회사 사장도 내 친구인데 둘의 진술이 달라서 종합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 진실이 어디에 있겠노.

술 취해서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뜬금없이 형이 전화해서 "괴델 에셔 바흐" 책을 읽으라고 했다. 그게 내 논문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형에게 이제 더 이상 인공 지능은 연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이 고마워서 책은 사보아야겠다.

집에 와서 <인간의 낭만적 교감의 본성에 대하여>(칼 인옘마) 를 꺼내 읽었다. 구제불능의 대학원생이 된 기분이 들 때 읽으면 매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