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고장이 나서 새 제품으로 교환받았다. 아이폰을 최초로 사용하면 '새 아이폰으로 쓸까요?' '예전 아이폰 설정을 불러올까요?' 라고 물어본다. 항상 과거는 훌훌 벗어버리고 새 인생을 살고자 하지만 인간이란 과거의 포로인지 결국 다시 '예전 아이폰 설정을 불러왔다.'
예전에도 핸드폰은 한 사람의 생에 대한 정보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기기이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개인용 전화기가 한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가 더 커졌다. 메일과 연동하면서 대학원의 학사 일정, 각종 공부 자료, 숙제들도 메일에 들어있고, 소중한 사람들과 주고 받은 메세지들, 찍은 사진들, 내 인간 관계들....
그런데 핸드폰이 없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버스에서 신경증 환자처럼 5분 간격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보는 일도 없어졌고, 귀찮은 스팸 전화도 없고...일 시키는 메일도 없고. 오늘 학교 가야하지만 폰 고친다고 학교도 안갔다.
지금 내 아이폰은 설정 복원 중이다. 남은 시간이 1시간. 1시간 이후면 다시 나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1시간 가량만 과거가 없는 남자처럼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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